조용한 식당

김종태 - 2023년 봄호

2025-02-19

 

 

 

 

조용한 식당

 

 

김종태

 

 

 

노랑 파스타, 빨강 파스타, 파랑 파스타 중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 생각하는 사이, 낮달이 지고 있습니다 메뉴판의 이름들 위에 지문을 찬찬히 찍어가는 즈음, 감자가 속살을 터뜨리고 베이컨은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크루아상의 버터가 부풀어 오릅니다 젊은 연인들이 굴뚝의 저녁연기 같은 수어를 달콤한 사랑 속에 주고받을 때, 포크와 나이프의 찰랑거림은 듀엣 앙상블입니다 마음 솥에 밥을 안친 후 뜸들이는 시간을 바라보는 초승달은 이 집의 꽃밭 조명입니다

 

 

* 경북 포항에는 농아인들과 건청인들이 운영하는 '수화식당(signing restaurant)'이 있다. 이 식당의 종업원들과 손님들은 수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김종태 시인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떠나온 것들의 밤길』『오각의 방』이 있음. 청마문학연구상, 시와표현작품상, 문학의식작품상, 문학청춘작품상 수상.

 

 

 

 

 

AI 해설

 

 

이 시는 소리 없는 따뜻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수화식당'의 정경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색색의 파스타와 음식의 생생한 묘사는 시각적 감각을 강조하며, 말 대신 수어로 주고받는 대화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킵니다. 연인들의 손짓을 '굴뚝의 저녁연기'에 비유하고, 포크와 나이프의 소리를 '듀엣 앙상블'로 표현함으로써 조용하지만 풍성한 교감의 순간을 포착합니다. 초승달을 '꽃밭 조명'으로 묘사하며 식당의 따뜻한 분위기를 완성하고, 소리가 없는 공간에서도 사랑과 따뜻함이 가득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