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의 과녁
강희안 - 2023년 봄호
2025-02-25
미궁의 과녁
강희안
심장이 설레일 때 뛴다는 상투적 이론은 오류다 심장은 이도 저도 아닌 순간에 파동을 일으킨다 100m 출발선 앞이나 합격자 발표라는 행불의 기로에서 활활 뛴다 판사의 선고 직전 심장이 요동친다고 즐거울까 그 흔한 사랑의 일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고백의 답지를 기다릴 때 심장은 어김없이 펌프질을 시작한다
망설임, 그것은 도무지 간구해도 해의 목은 취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미량의 기대로 그어진 지평의 선이다 아무리 겯고터도 도달할 수 없는 길이다 그러므로 절대 너희들은 선을 넘지 마라 감성에 중독된 오판을 저지르지 마라 해의 수급을 취하기도 전 자신의 목을 거둘 것이다
이상과는 달리 서로 눈이 딱 맞았을 때 심장은 정지한다 아주 잠깐 휴지했다가 풀풀 숨을 고른다 고로 심장은 곤혹과 곤욕의 순간을 틈타는 불협화음이다 첫 망막에 맺힌 상대 앞에서는 추워서 땀이 솟는다 제 본분 잊고 못난 짓하는 게 다 심장의 놀음이다 그러므로 심장이 설레인다는 것은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는 표지다
설레임, 그것은 도무지 어쩌지 못해도 바람의 숨통은 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치사량의 피로 두근대는 심방의 점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무모하게 낡은 활을 꺼내들지 마라 바람에 녹슨 칼로는 일필휘지하지도 마라 그대의 방에 닿기도 전에 먼저 자신의 오점에 찍히고 말 것이다
아무리 무쌍해도 맹목에 걸린 미궁의 과녁이다
강희안 시인
1990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나탈리 망세의 첼로』『물고기 강의실』『너트의 블랙홀』 등이 있음. 저서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새로운 현대시론』 등이 있음.
AI 해설
이 시는 일반적으로 심장이 설렐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상투적인 믿음을 틀렸다고 주장하며, 진정한 감정의 출발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심장 박동, 고백의 기다림, 망설임 등이 내포하는 진지하고 복잡한 감정을 풀어내고, 감정에 휘둘리면서도 제대로 될 리 없는 고백이나 잘못된 판단을 경고한다. 시인은 설렘과 망설임을 통해 우리가 놓치기 쉬운 감정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보여주며,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이 반드시 '운명적 사랑'을 의미하지 않음을 경계한다. 그러면서 감정에 휘둘리며 무모한 결정을 내리면 결국 자신을 배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결국 이 시는 감정의 진지함과 그 복잡함을 탐구하며, 우연과 착각에 대한 경계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