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빛
류미야 - 2023년 여름호
2025-02-26
가짜 빛
류미야
공중에 높이 걸린 색유리
눈부십니다
사람이 빚은 거라 좀체 믿기지 않는
그 빛에 또 열광하는 우리가 있습니다
저 푸른 빛을 찾아 우리 함께 떠나요
산토리니 베를린엔 천사가 있을까요?
늘어선 관광객 줄이 줄어들지 않네요
목을 꺾어 올려보는 스테인드글라스,
허공의 공허를 잠시 잊게 합니다
조각난 꿈도 맞추면 무지개로 뜰까요
유약을 덧칠하고 토니(土泥)에 색을 섞어
구워낸 찬란을 쿠키라 말하지만
부르게 먹고 토해도 헛배만 불러와요
실낱같은 빛 찾아 우리, 헤매는군요
그러나 어둠은 늘 사람에서 시작됐고
사람은 한낱 사람일 뿐
빛이 될 수 없습니다
류미야 시인
2015년 <유심> 등단. 시집 『눈먼 말의 해변』『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가 있음.
AI 해설
「가짜 빛」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그것에 열광하는 인간의 허망함을 조명하는 시다. 색유리와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인공의 빛은 잠시 현실의 공허를 잊게 하지만, 결국 그것은 진짜 빛이 아닌 허상에 불과하다. 시인은 우리가 진정한 의미나 희망을 찾아 헤매지만, 그 끝에는 인간의 본질적 한계와 허무만이 남는다고 말한다. 빛을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과, 결국 어둠의 시작점도 인간 자신임을 깨닫는 아이러니가 담담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