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미아
황은주 - 2023년 여름호
2025-02-26
그들의 미아
황은주
도착했구나 어서와 손님은 너 하나뿐이지만 긴 의자를 줄게 별은 어제도 세어 봐서 지겨울 거야 그래서 공중을 가렸어 문은 꼭 닫아줄게 너무 친절하면 죽은 나뭇가지들이 들어올 수 있어 그러면 틈이 생길 거야 틈 많은 별들의 관계처럼
여름을 불러 봐 무너질 산비탈이나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터널이었다고 뱀껍질이나 애기똥풀이나 그런 여름이 있었다고 우리들은 붙잡을 수 없이 미끄러운 춤을 추었고 그것은 울음이 터질듯한 진노랑이었고 그것이 전부였다고 그래서 우주였지 우주로 달아날 무용수들은 여름이면 잃어버린 아이를 낳는다는데
소용돌이였어 두려웠어 혼란했고 거룩한 일이었어 어느새 틈이 많아졌다고? 걱정하지 마 무한한 틈이면 흔해지는 거야 이별은 시시할 거야 우주에선 그런 거야 난폭하게 기억되고 되새김질하고 갑자기 점멸하는 소란이었다가 추문도 없이 소문도 없이 낙하하는
곧 들에는 마천루가 광활할 거래 밤새 공중에선 빛들이 반짝이겠지 누군가 걸어오고 빛을 세고 다시 누군가의 세계인 거지 떠나자 추워지기 전에 웅크리지 마 달뜬 심장에 놀라 미친 듯 춤추는 처음이 있겠지 그런 거야 어떤 날의 열병은 파문은 우주인 거야 그런 거야
황은주 시인
2012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그 애가 울까봐』 가 있음.
AI 해설
「그들의 미아」는 우주적 상징과 환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혼란과 방황을 그려낸 시다. 시인은 틈 많고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여름의 불안정한 열기와 미끄러지는 춤처럼 삶의 불확실함을 표현한다. 잃어버린 아이와 같은 존재들은 소용돌이치는 감정 속에서 두려움과 혼란을 겪지만, 결국 모든 이별과 상처조차 우주의 무한함 속에서는 사소한 것처럼 느껴진다. 빛과 어둠, 소란과 고요가 반복되는 이 세계에서, 시인은 혼란스러운 삶조차 하나의 우주임을 담담히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