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끌기당기는 줄도 모르고  

이노나 - 2023년 여름호

2025-02-26

 

 

 

 

봄을 끌기당기는 줄도 모르고  

 

 

이노나

 

 

 

딱 멈춘 채였다 돌아보고자 했던 시도도

나아가려고 했던 기도도 무의미한 마음이었다

미리 알았다면 달라진 것이 있었을까

 

끌어안았던 얼굴들을 한 손에 쥐면 꽃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웅크렸던 시간을 죄라고 한다면

지금 창밖에 부는 바람을 덫이라 불러야 한다

 

해가 뜨고 진다

달이 따라 진다

 

달아나기 위해 불렀던 노래는 마디와 마디 사이 숨을 숨겨 놓았다

더러 결이기도 했다 선택을 해야 했다

 

젠가의 마지막 막대를 빼기 전

뒤집은 쓰레기통에서 쏟아진 어제의 기억

 

누구의 시간은 누구만의 것이어서 누구도 알지 못한다면 비겁이 될까

덮고 싶었다 다시 펼칠 것을 알면서도

달빛이 그렁그렁 옆으로 도망갔다

겨울은 끝나지 않겠다는 듯 온 거리의 나무를 흔들며 다녔다

 

꽃잎이 날렸다

 

끝내 봄을 끌어당기는 줄도 모르고 나는 애써

겨울로 도망가고 있었다

 

 

 

 

 

 

 

이노나 시인

2012년 계간 <연인> 등단. 시집 『마법 가게』 『골목 끝집』이 있음.

 

 

 

 

AI 해설

 

 

「봄을 끌기당기는 줄도 모르고」는 변화와 성장의 순간 앞에서 망설이며 도망치는 자아를 그린 시다. 정체된 시간 속에서 과거의 기억과 후회를 되새기지만, 선택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시인은 봄이라는 새로운 시작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겨울의 끝자락에 머물며 도망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꽃잎이 흩날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봄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시는 변화의 두려움 속에서도 결국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과 성장의 불가피함을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