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콰르텟

정선 - 2023년 여름호

2025-02-26

 

 

 

 

사월의 콰르텟

 

 

정선

 

 

 

눈물에 민감한 현악기인 당신

바람은 더 이상 당신을 켤 수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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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독한 이마가 아름다웠던 사람이

쌍욕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혹스러운 새벽입니다

어쩌다 꼬이고 꼬인 환장의 골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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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주저흔으로 남지 않기를 바랐다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니?

내 맘을 어떻게 안다는 거니?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안녕?

호수에는 뒤통수를 보이며 연두가 피어나고

규칙을 깨는 새소리는 불협화음으로 더욱 아름답지

감염되지 않은 고요 속의 불화

나는 그 고요를 읽고 어디론가 흘러가지

고요의 길 끝에는

한 번도 안아주지 않은 아이처럼 칭얼대는 저녁

턱 아래 촛불을 켜주면

눈밑 그늘과 처진 입꼬리가 화사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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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관계란 안부를 묻는 관계라지

필요해서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그저 궁금하여 자주 안부를 물어주는 우리

그리고 서로,

안부를 묻고 싶은 한 사람이

골짜기로 사라졌다

 

선듯한 회색의 공간에 앉은 나는 고독에 쩔은 미라

온기 가득하도록 샤브샤브를 끓이고 싶은 밤

불현듯 어린 기억 속 골짜기는 불쾌하다

골짜기엔 깨갱깽 거꾸로 매달린 강아지 울음소리 질펀했고

붉은 누린내가 매캐했다

 

골짜기란 아프고 슬픈 곳

눈감고 감추고 싶은 치부

나의 생인손들은 모두 골짜기에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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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 될 거야

섣부른 위로가 폭력이 되는 때가 있다

복화술이 화려한 봄

가슴이 아니라면

너를 이해한다는 말도 너를 안다는 말도

아껴야겠다

 

연두가 좋아

연두에 흠뻑 젖은 첼로는

이름을 부르는 안부와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안부를 연주할 것이다

 

 

 

 

 

 

 

정선 시인

2006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안부를 묻는 밤이 있었다』 외, 포토시집 『마추픽추에서 띄우는 엽서』 에세이집 『내 몸속에는 서랍이 달그락거린다』가 있음.

 

 

 

 

AI 해설

 

 

「사월의 콰르텟」은 관계의 복잡함과 고독, 그리고 소통의 어려움을 담은 시다. 시인은 인간관계 속에서의 불협화음과 감정의 꼬임을 음악적 이미지로 풀어내며,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의 깊이를 탐색한다. 안부를 묻는 단순한 행위조차 진심과 허위 사이를 오가며, 때론 섣부른 위로가 상처가 되기도 한다. 골짜기와 같은 아픈 기억들이 존재하지만, 시인은 여전히 연두빛 첼로처럼 희망을 품고, 말할 수 없는 감정들까지도 조심스레 연주하려 한다. 결국 시는 상처 속에서도 소통을 향한 바람과 이해의 어려움을 섬세히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