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손병걸 - 2023년 가을호

2025-02-26

 

 

 

 

7월 18일

 

 

 손병걸

 

 

 

내 생일도 두 주가 지나 하루를 더 꽉 채운 저녁

어느새 얇아지고 깨진 손톱들을 갈며

베란다 창을 긁는 빗소리를 듣는다

 

창틈을 헤집는 새 울음이 먼저다

낮은 조도를 닮은 눈빛이 먼저다

분분했던 월화수목금토일은

언제나 결론이 없다 명백했던 생일만

긴 장마와 돌아와 생일이다

 

매끈해진 손톱 끝을 어루만진다

뭉개진 지문마다 새살이 차오른다

틈틈이 손꼽아 온 숫자들이 떠오른다

분명 상징은 없다 나만 다시 나다

 

빗방울들이 매끄러워진다 사그라진다

보이지 않는 해가 더 멀어진다 훈풍이 분다

기압이 고도를 눕힌다 저녁이 재빨리 꺼진다

 

이제 손톱은 없다 고인 물이 돌 틈을 후벼판다

웅덩이를 연다 시냇물이 간다 다른 길을 연다

한바탕 안개가 풍광을 뒤집는다

 

자정 속 달빛이 익는다 별빛 맑은 7월 19일 하루가

우아하게 은하수에 잠겼다가 솟구치며

또 다른 요일로 켜지며 빛난다

 

 

 

 

 

 

 

손병걸 시인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푸른 신호등』『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통증을 켜다』『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 산문집 『열 개의 눈동자를 가진 어둠의 감시자 』『내 커피의 농도는 30도』 구상솟대문학상,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인국무총리상, 민들레문학상, 중봉조헌문학상 등 수상.

 

 

 

 

AI 해설

 

 

「7월 18일」은 지나간 생일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아를 돌아보는 시다. 손톱을 갈며 빗소리를 듣는 화자는, 생일이 지나도 끝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특별한 의미 없이 다시 또 다른 날을 맞이함을 느낀다. 장마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손톱이 매끈해지고 새살이 차오르는 과정은,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자신을 상징한다. 빗방울이 사그라지고 자정이 지나가며, 시간은 은하수처럼 다시 솟구쳐 새로운 날을 연다. 시는 덧없는 시간 속에서도 매 순간 새롭게 이어지는 삶의 흐름을 섬세하고 우아한 언어로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