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신정민 - 2023년 가을호
2025-02-26
끝장
신정민
무꽃이 핀다
지금은 썩고 바람들고 짓무를 때
물의 기억
세상에 없다던 마지막 사투
늙은이의 혼잣말
꽃잎 끝 동서남북
벌이 올 수 없는 곳에서도 꽃들은 피는구나
사색이되 거칠지 말자
수사슴 뿔처럼 힘이 가자는 곳으로
위대할 필요 없는 대지의 결심
생각이 가자는 대로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을 향해
그냥 그렇게
물은 앞날을 자꾸만 내다버린다
무꽃이 끝까지 버틴다

신정민 시인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 『의자를 두고내렸다』 등이 있음. 2020년 최계락문학상. 2021년 아르코기금수혜. 2022년 지리산문학상 수상.
AI 해설
「끝장」은 소멸과 지속, 그리고 자연의 순환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시다. 무꽃이 피지만, 그것은 이미 썩고 바람들고 짓무른 시점에서 이루어진다. 벌이 올 수 없는 곳에서도 꽃은 피어나듯, 삶은 의미나 위대함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흐를 뿐이다. 물이 앞날을 내다버리듯 미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대지는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을 향해 묵묵히 결심한다. 결국, 무꽃이 끝까지 버티는 모습은 사라짐 속에서도 꿋꿋이 존재하는 생명의 의지를 상징하며, 덧없는 듯하지만 강인한 자연의 철학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