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성

황강록 - 2023년 가을호

2025-02-26

 

 

 

 

황금의 성

 

 

황강록

 

 

 

천리안을 가진 소년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소년을 비웃었다. 소년에게 보이는 것들을 사람들은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천리 밖에 황금으로 된 성이 보였다. 소년은 그 성에 가고 싶었다. 사람들은 소년을 비웃었다. 그들에게는 황금으로 된 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날 새벽 일찍 소년은 길을 떠났다. 빨리

그 성으로 가고 싶어서, 하얗고 큰 대로를 따라 서둘러

걸었다. 하지만

 

얼마 걷지도 않아 걷잡을 수 없이 졸려서

소년은 잠이 들어 버렸다. 그리곤 온갖 잡다한 악몽... 이상하게도

그 성으로 가려고 하얗고 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언제나

곧 잠이 밀려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오랜 잠... 수많은 꿈속에서

소년은 시련들을 겪었다

 

간간이 겨우 깨어나

다시 성을 향해 한동안 걸어가는 것을 반복하다가

 

자꾸 졸려지는 것도 싫고,

악몽을 꾸는 것도 싫고,

어쨌든 그 성에 가고 싶어서

 

하얗고 큰 대로를 떠나

소년은 샛길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가장 빨리 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좀 돌아갈지라도, 구불구불

미로 같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황금으로 된 성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샛길에서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사기꾼이었고

샛길에서 만난 친구가 아닌 자들은 대부분 도둑이거나 강도, 먹이를 찾아 헤매는 배고픈 맹수들이었다. 소년은 참고 참으며 걸었지만, 수많은 사기와 도둑질은... 그로 하여금 잠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잠시도

잠들 수 없게...

 

게다가 그 어느 방향도

결국은 아득히 황금의 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기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어쩔 수 없이

수많은 방황에 속은 후

 

소년은 졸리더라도, 멀리 황금으로 된 성이 보이는 곧고 흰 대로로

가기로 했다. 그래도 내겐 천리안이 있으니까... 그 성이 보이긴 하니까... 악몽들 속에서 숱한 모험을 치르며

깨어나면 억지로 몇 발짝이라도

다시 잠들기 전에

걸어야 해... 그렇게 수많은 세월이 흘러

결국 소년은 황금으로 된 성에 다다랐다.

 

성에는

잠을 자지 못해 눈이 벌게진 왕과 공주와 백성들이

가득했다.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서로

싸우고, 죽이고, 울며....

언제부턴가 잠들기만 하면

그들을 물어뜯는 악몽들 때문에

 

...소년은 자기가 거쳐 온 수많은 악몽들로 인해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서 그들에게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

그들이 위험한 모험을 마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사람 한 사람 소년은

성의 사람들을 도와주었고

 

마지막으로 왕과 공주를 악몽에서 구출해 낸 후

 

공주와 결혼하여 황금의 성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은 잠과, 꿈과, 깨어나 살아가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들에겐

더 이상 죽을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황강록 시인

2000년 <현대시> 등단. 시집 『지옥에서 뛰어놀다』 『벤야민 스쿨』이 있음. 1998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무대예술상 수상. 음악 감독.

 

 

 

 

AI 해설

 

 

「황금의 성」은 목표를 향한 여정과 그 과정에서 겪는 시련, 그리고 궁극적인 깨달음을 담은 우화적 서사다. 천리안을 가진 소년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받지만, 황금의 성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 그러나 쉽고 곧은 길에서는 끝없는 졸음과 악몽이, 돌아가는 샛길에서는 사기와 위협이 그를 방해한다. 결국 그는 원래의 길로 돌아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시련을 견디며 황금의 성에 도착하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악몽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소년은 자신이 겪은 시련이 결국 다른 이들을 돕는 능력이 되었음을 깨닫고, 성의 사람들을 구하며 마침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는 삶의 고난이 결국 성장과 깨달음으로 이어진다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