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
고선주 - 2023년 가을호
2025-02-28
이상기온
고선주
모두 이상해졌어
잔뜩 부풀려진 풍선
더이상 둥글게 날지 못하고
선풍기 뜨거운 바람은
기승전결 없는 삶에
부채질을 마구 하게 만들었지
요즘 자주 선을 넘는다
찜통더위 기승부리는 날
엄니 전화 한통
아가 찜통 새로 샀으니까 걱정 마
그곳도 덥지야
느그 애비가 늘 내게 불을 때서
온통 팔팔 끓어,
그만 넘치고 말았다
그늘마저 그늘 밑에 주저앉은 오후
등이 빨갛게 데워진 물살은
따가워 엎치락뒤치락
온몸이 출렁거렸어
그러니 세상 사람들
밤이 오지 않는 사막으로
모래 바람처럼 떠나갔지
그저
여전히 선을 넘고 있다
가마솥 더위에 기진맥진한 날
엄니 전화 한통
아가 가마솥 새로 샀으니까 걱정 마
그곳도 덥지야
느그 애비가 늘 내게 사고를 쳐서
팔팔 끓어 넘치기만 하겠냐
아예 삶이 너무 익어 뭉개져 버렸다
그런데도 찜통과 가마솥을
좋아한 엄니
푹푹 찌고 고아야
삶이 잘 우러난다고
그래서 엄니,
우리에게 평생 화 한번 안 내었던 거구나
그럴수록
이상하지 난,
어제보다 더 더워졌어
고선주 시인
199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열린시학> ,<시와정> 등에 시와 평론 발표하며 문단 활동. 시집『꽃과 악수하는 법』『밥알의 힘』『오후가 가지런한 이유』『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가 있음.
AI 해설
이 시는 이상기온으로 인한 극심한 더위를 통해 삶의 고단함과 가족 간의 애환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날씨 속에서 어머니는 찜통과 가마솥을 비유 삼아 삶의 인내와 끈기를 이야기합니다. 아버지의 실수나 고난조차도 삶을 더 깊이 우러내는 과정이라 여기며 묵묵히 버텨온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화 한 번 내지 않던 어머니의 인내를 되새길수록, 시인은 오히려 더 큰 답답함과 더위를 느낍니다. 기후의 변화와 삶의 무게가 맞물리며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