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발레
함기석 - 2023년 가을호
2025-02-28
눈 속의 발레
함기석
비구니 스님 혜원이 발레하듯 마당을 쓸고 계시다
깨끗한데 쓸고 또 쓰는
이유라는 새는 간밤에 둥지를 떠났고
천 개의 손 만 개의 날개를 가진 천지간 사람 하나
언 허공까지 쓸며 암자에서 가볍게 춤추는 여승
파 드 되, 싸릿가지 빗자루 애인
아직 어둔 새벽인데, 옛 미인 얼굴보다 환하시다
산 아래 잠든 마을 지붕마다
빨갛게 꿈이 익어서 새하얀 대추알 눈송이들
함기석 시인
1992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음시> 등이 있음.
AI 해설
이 시는 새벽녘 비구니 스님이 마당을 쓸며 수행하는 모습을 우아한 발레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미 깨끗한 마당을 반복해서 쓸어내는 모습은 번뇌를 덜어내고 마음을 닦는 수행의 과정처럼 보입니다. 스님은 허공까지 쓸어내듯 가볍고 정갈한 몸짓으로 자연과 하나 되어 춤추며, 그 모습은 고요한 새벽을 환하게 밝힙니다. 산 아래 마을의 지붕 위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고, 이는 마치 꿈이 익어가는 듯한 평온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시 전체에 흐르는 정적과 조화로움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