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과 새와, 들>
위선환 시인
26-07-21 17:00

것과 새와, 들
위선환 시집
★책 소개★
음악에 절대음악이 있고 그림에 비구상이 있듯, 위선환의 시는 비구상 절대시라 할 수 있다. 그의 시에서 사물은 눈앞의 현실을 재현하는 대상이 아니라, 존재의 맨살과 근원을 드러내는 형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빛, 뼈, 손, 돌멩이, 발자국, 새, 들, 하늘 같은 이미지들은 구체적인 현실의 자리를 벗어나인간이 끝내 맞닥뜨리는 가장 낮고 가장 깊은 자리의 진실을 환하게 떠올린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고 우리는 이해보다는 응시를 하게 된다.
위선환의 언어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현란한 비유도 난삽한 요설도 없다. 반대로 덜어내고, 지우고, 벗기고, 남겨둔다. 그리하여 그의 시들은 설명보다계시를, 묘사보다는 호명을 지향한다. 짧고 단단한 행들, 반복과 병치, 낮고 고요한 울림은 시를 읽는 우리를 사건의 바깥으로 데려가지 않고 존재의 중심으로 밀어 넣는다. 그 중심에서 우리는 죽음과 시간, 부재와 기억, 어둠과 빛을 함께 본다. 무엇보다 이 시집은 상실을 노래하면서도 상실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미세한 빛을 길어 올리고, 가장 낮아진 자리에서 다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끝내 구원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것과 새와, 들』은 사물의 존재에 관한 시집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향하는 시집이기도 하다. 사물의 침묵, 인간의 고독, 새의 울음을 한줄기의 시적 긴장 속에 묶어낸 이 시집은 오랫동안 한국 현대시가 도달해온 깊이와 높이를 몸소 증언한다. 이 시집을 끝까지 읽고나면 한 마리 새의 울음, 한 사람의 고통, 한 줌 빛 그리고 끝내 지워지지않는 존재의 떨림이 남는다.
─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2022년에 간행한 《위선환 시집》에서 나는 나의 시의 중요한 주제로서 사람의 언어, 사람의 시작과 끝, 사람의 지금과 여기, 사람의 터인 대지, 사람의 죽음과 죽은 자의 그 다음, 사람의 구원, 신 등을 말했다. 이 시집 『것과 새와, 들』에서는 사람의 구원에 주의한다. 그러므로 『것과 새와, 들』은 『순례의 해』 『대지의 노래』 『시편』 등 세 권의 신작 시집을 한 책으로 묶어서 펴냈던 《위선환 시집》에다 보태어 묶는 네 권째 신작시집이자, 《위선환 시집》을 마무리하는 시편이기도 하다.
이제는 내가 시인으로서 산 시간을 돌아보고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산문 「시도하고 변화하는 시」와 「미니멀리즘 그 미학과 어법에 관하여」를, 그리고 ‘위선환 문학 연보’를 붙인다. 이 시집을 선뜻 출판해 준 《시의 시간들》에 감사한다.
- 위선환 시인
◨ 책속에서
나 말고도 투신한 사람이 있다. 벼랑 밑 깊어진 물속이 퍼렇게 멍들어 있다.
「답진강 1」 전문
돌멩이 한 개다
살펴보니
돌멩이와 밑바닥의 사이에 돌멩이의 그림자가 끼어 있다 무릎 씨고, 끓고, 숨죽이고
손 뻗쳐서
겨우
그림자를 빼냈다
그림자는 얇고, 그림자를 빼낸
얇은
간,
극,
위에, 가볍게
그림자는 없는 돌멩이가
얹혀 있다
「간극」 전문
위선환
1960년 용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으며, 현대시작품상·현대시학작품상·이상화시인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는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눈 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 등이 있다.
